한나
한나는 구약성경 사무엘상에 등장하는 인물로, 이스라엘 신정 왕정의 기틀을 마련한 대선지자이자 사사인 사무엘의 어머니이다. 오래도록 자식이 없는 고통과 브닌나의 격동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심정을 통하는 기도를 드림으로써 응답을 받았다. 그녀가 드린 감사의 찬가는 신구약 구속사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신학적 의의를 지닌다.
개요
구약성경 사무엘상의 서두를 장식하는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영적으로 어둡고 부패했던 사사 시대 말기, 개인적인 불임의 아픔을 기도로 승화시켜 이스라엘의 종교적·정치적 갱신을 이끌어낼 인물인 사무엘을 태어나게 한 신앙의 여인이다. 그녀의 삶은 인간적인 한계 속에서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기도의 능력과, 약속을 신실하게 지키는 성도의 책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성경 속 기록 및 주요 사건
한나는 에브라임 산지 라마다임소핌에 사는 레위인 엘가나의 아내였다. 엘가나에게는 한나와 브닌나라는 두 아내가 있었는데, 브닌나에게는 자식이 있었으나 한나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당시 문화적 맥락에서 자식이 없다는 것은 신의 저주나 큰 수치로 여겨졌기에 브닌나는 한나를 심히 격동시켜 괴롭게 하였다. 매년 절기마다 이스라엘의 종교적 중심지였던 실로의 성막을 찾아 여호와께 제사를 드릴 때, 한나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여호와 앞에 나아가 통곡하며 기도하였다. 그녀는 만약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아들을 주신다면 그의 평생을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머리에 대지 않는 나실인으로 바치겠다고 서원하였다. 당시 영적으로 무디었던 대제사장 엘리는 입술만 움직이며 간절히 기도하는 한나를 술에 취한 것으로 오해하여 책망했으나, 한나는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포도주나 독주를 마신 것이 아니요 여호와 앞에 내 심정을 통한 것 뿐"이라고 답하였다. 이에 엘리는 하나님의 평안과 응답을 축복하였고, 한나는 근심 빛을 거두고 돌아갔다. 하나님이 한나를 생각하사 아들을 얻게 되었고, 이름을 '하나님께 구하여 얻었다'는 뜻의 사무엘이라 지었다. 한나는 아이가 젖을 뗀 후 약속대로 실로의 성막으로 데려가 엘리 제사장에게 맡기며 하나님께 전적으로 봉헌하였다. 이후 하나님은 한나에게 세 아들과 두 딸을 더 주시는 복을 내리셨다.
신학적 의의 및 교훈
신학적으로 한나의 기도는 단순한 개인의 한풀이나 아들 탄생에 대한 요청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개인적 고통을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영적 고통과 연결지어, 시대를 교체할 대언자를 구하는 탄원 기도를 드렸다. 이는 구속사적 관점에서 암흑기와 같던 사사 시대를 끝내고 왕정 시대로 전환하는 신앙적 모태가 되었다. 또한 사무엘상 2장에 기록된 '한나의 기도(찬가)'는 구약 찬양시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교만한 자를 낮추시고 비천한 자를 높이시며, 가난한 자를 진토에서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공의와 주권을 선포한다. 이 찬가는 훗날 신약성경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마리아의 찬가(Magnificat)와 문학적·신학적으로 매우 깊은 연관성을 지니며, 장차 오실 메시아 왕국에 대한 예언적 통찰을 담고 있다.
여담 및 상식
히브리어 이름 '한나(חַנָּה)'는 '은혜', '은총',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단어 '체엔(חֵן)'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서양권 인명인 '하나(Hannah)', '앤(Anne)', '애나(Anna)', '안나(Anna)' 등의 원형이 된다. 한나가 매년 사무엘을 위해 작은 겉옷을 만들어 실로로 올라갈 때 가져다준 행위(삼상 2:19)는 어머니로서의 변함없는 사랑과 더불어, 사무엘이 지속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게 구별되어 자라나기를 바라는 영적 돌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