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
로마 제국은 지중해 전역을 패권 아래 두고 고대 세계를 지배한 대제국으로, 신약 성경의 전체적인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형성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생애, 사도들의 선교 활동 및 초대 교회의 형성은 모두 로마 제국의 통치 체제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성경에서 로마는 때로는 하나님의 구속사를 이루는 시공간적 도구이자 질서의 주체로, 때로는 황제 숭배를 강요하며 성도를 박해하는 적대적 세력으로 묘사된다.
개요
로마 제국(Roman Empire)은 신약 성경의 기록들이 펼쳐지는 거대한 정치적·지리적 배경이다. 지중해 세계를 하나로 통합한 로마의 강력한 통치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적 탄생과 공생애, 그리고 사도들의 지중해 세계 선교라는 역사적 사건들이 진행되는 무대가 되었다. 로마가 구축한 잘 정비된 도로망과 해상 안전, 통일된 라틴어 및 헬라어 통용 환경은 복음이 전 세계로 신속하게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성경에서 로마는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세상 권력이자, 동시에 황제 숭배를 강요하며 성도를 탄압하는 세상 바벨론의 대명사라는 이중적 신학 모티프로 등장한다.
성경 속 기록 및 주요 사건
신약 성경에는 로마 제국의 주요 황제들과 속주 총독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며 연대기적 기준을 제공한다. 초대 황제 가이사 아구스도(옥타비아누스)의 영에 의한 천하 호적 명령으로 인해 요셉과 마리아는 베들레헴으로 이동하여 예언대로 예수를 출생하게 되었다(눅 2:1-7). 예수께서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당하신 형벌인 십자가 형은 당시 로마 제국이 반역자나 노예에게 집행하던 최악의 형벌이었으며, 이는 유대 총독 본디오 빌라도의 판결로 이루어졌다. 이후 사도 바울은 로마 시민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불법적인 매질을 피하고 황제 가이사에게 상소함으로써 복음 전파의 무대를 제국의 수도 로마로 넓혔다. 제국 초기에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 로마의 평화)라는 정치적 안정 속에 복음이 유대인 디아스포라 공동체와 이방인 사회로 신속히 퍼져나갔으나, 네로 황제와 도미티아누스 황제 시대에 이르러 대규모 성도 탄압이 자행되었다. 이 시기 기록된 요한계시록에서는 로마 제국을 하나님을 대적하고 성도들의 피에 취한 '음녀'이자 박해하는 '짐승'으로 묘사하며 제국의 궁극적 심판과 하나님의 영원한 왕국 승리를 선포한다.
신학적 의의 및 교훈
신약 신학에서 로마 제국은 '때가 차매'(갈 4:4) 하나님께서 구속사를 성취하시기 위해 준비하신 시공간적 도구로 이해된다. 로마의 사법 체계와 교통망, 평화 유지 정책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도의 복음이 온 천하에 전파되는 통로가 되었다. 로마서 13장에서 바울은 제국의 권세 역시 사회적 질서 유지를 위해 하나님께로부터 임명된 것으로 보아 성도들에게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에 순복할 것을 권면한다. 그러나 제국이 자신을 신격화하고 황제 숭배를 요구하며 그리스도의 주권(Lordship)을 침해할 때, 로마는 결코 절대화될 수 없는 피조물이자 적그리스도적 세력으로 변모한다. 성경은 세상의 그 어떤 강력한 제국이라도 결국 하나님의 역사 경륜 속에서 심판받을 한시적 권력에 불과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만이 영원할 것임을 분명히 교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