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돔
에돔은 성경에서 아브라함의 손자이자 이삭의 장남인 에서의 후손들이 세운 왕국 및 그들이 살던 사해 남쪽의 산악 지역을 가리킨다. 이스라엘과 뿌리를 같이하는 형제 민족이었으나 구약 역사 전반에 걸쳐 치열한 적대 관계를 유지하였으며, 신약 시대에는 이두매라는 지명으로 변모하여 헤롯 가문의 배경이 되었다.
개요
에돔(Edom)은 구약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족속이자 지명으로, 쌍둥이 형제인 야곱과 에서 중 형인 에서의 별명에서 유래했다. 에돔 사람들은 사해 남쪽에서 아카바 만에 이르는 산악 지대인 세일 산 일대에 정착하여 강력한 족장 사회 및 왕국을 형성했다. 이스라엘과는 한 조상(이삭과 리브가)에게서 나온 형제 민족이었으나, 혈통적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구약 역사 내내 평화보다는 국경 분쟁과 전쟁으로 점철된 숙적 관계로 지냈다. 이스라엘에 왕정이 수립되기 이전부터 이미 왕이 다스리는 독자적인 국가 체제를 갖추고 있었으며,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험준한 산악 지형을 천혜의 요새로 삼아 번성했다.
성경 속 기록 및 주요 사건
성경에서 에돔의 역사는 에서가 붉은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야곱에게 판 사건에서 시작된다. 이후 에서는 세일 산으로 이주하여 세력을 확장했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여 가나안 땅으로 향할 때, 에돔 왕에게 영토 통과를 요청했으나 에돔은 강경하게 거절하고 군대를 출동시켜 이스라엘의 길을 막았다(민수기 20장). 이 사건 이후 두 민족 간의 감정은 더욱 악화되었다. 통일 왕국 시대에 이르러 다윗 왕은 에돔을 정복하고 그곳에 방비대를 두어 조공을 받는 신하국으로 삼았다(삼하 8:14). 그러나 남유다 왕국 후기에 이르러 에돔은 자주 반란을 일으켜 독립을 시도했다. 특히 바빌로니아에 의해 예루살렘이 멸망할 때, 에돔 사람들은 형제국인 유다의 침탈을 방관할 뿐만 아니라 도망치는 유대인들을 잡아 바빌로니아에 넘기는 등 악행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선지자 오바디야를 비롯한 여러 예언자들로부터 하나님의 혹독한 심판을 선언받았다. 포로기 이후 에돔 사람들은 나바테아인들의 압박을 받아 유대 남부 지역(네게브)으로 밀려났으며, 이 지역은 헬라어식 표현인 '이두매(Idumaea)'로 불리게 되었다. 하스몬 왕가의 요한 히르카노스에 의해 유대교로 강제 개종당한 이두매인 중에서 신약 시대 예수 탄생 당시 유대를 다스리던 헤롯 대왕이 배출되었다.
신학적 의의 및 교훈
신학적으로 에돔은 육신적 욕망과 세상적 교만의 대명사로 다루어진다. 에서가 눈앞의 붉은 음식 때문에 영적인 축복과 장자권을 경홀히 여긴 태도는 에돔 민족 전체의 영적 성향을 상징한다. 또한 에돔이 자랑하던 바위 요새(셀라)와 지혜는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무력했다. 선지자 오바디야는 바위 틈에 거하며 스스로 높이는 에돔의 교만을 지적하면서, 인간이 의지하는 지리적 안전이나 지혜가 하나님의 주권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바울 사도는 로마서 9장에서 에돔과 이스라엘의 구도를 인용하며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는 말라기 선지자의 글을 통해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과 은혜의 구속사를 설명한다.